2025 국내 음악 최고의 노래 10선 - 파트 2
#Music#K-Music#Song List

2025 국내 음악 최고의 노래 10선 - 파트 2

파트 1을 읽고 와주세요!

5. 염따 'IE러니'

염따가 2025년 발표한 정규 5집 [살아숨셔 4]의 네 번째 트랙 'IE러니'는 앨범 초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곡입니다. 스타덤에 오른 후 찾아온 불안과 공허를 다룬 이 곡은 "아이러니 다들 웃는데 날 보고 웃는데 / 난 전혀 즐겁지가 않아"라는 직관적인 가사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특히 록밴드 실리카겔의 2023년 싱글 'Tik Tak Tok'의 인터루드 트랙 'T'를 샘플링한 것에 주목해 볼 수 있는데, 싱잉랩과의 조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독특한 음악적 정체성을 만듭니다.

곡의 클라이맥스는 샘플링된 'T'의 짧지만 강렬한 멜로디가 약 10초간 울려퍼진 직후 찾아옵니다. "거울아 거울아 / 누가 제일 잘 나가니 말해봐 당장"이라는 가사를 떨리는 목소리로 읊조리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염따의 연출은, 변한 자신을 마주하기 두려워 화장실 불조차 켜지 않는다는 앞선 가사와 맞물리며 진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 힙합 씬에서 여러 아티스트들이 K-록 샘플링을 시도했지만, 'IE러니'는 그 중에서도 샘플의 선택, 가사와의 조화, 그리고 감정 전달이라는 세 측면 모두에서 유독 돋보이는 완성미를 보여줍니다. 이 곡은 단순히 트렌드를 따른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 본인의 내면을 가장 잘 담아내는 형식을 찾아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4. 한로로 '0+0'

한로로의 세 번째 EP [자몽살구클럽]의 네 번째 트랙 '0+0'은 직설적이면서도 문학적인 가사와 매력적인 선율을 가진 호소력 짙은 곡으로, 국내 팝 록 뮤지션으로서는 드물게 메인스트림에서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0) 사람들끼리 만나더라도, 영원을 꿈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곡은 제목부터 단순하지만 강렬한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난 널 버리지 않아 / 너도 같은 생각이지?"라는 대목은 상대에 대한 확신과 불안이 공존하는 감정을 포착해내며, 듣는이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투영하게 합니다.

[자몽살구클럽]은 EP뿐 아니라 동명의 소설로도 2025년 여름에 발매된 바 있습니다. 저는 아직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으나, '0+0' 곡을 통해 그 무거운 주제(자살)가 어떻게 음악적으로 다루기 쉽게 변환되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출한 사운드는 서정적인 가사를 해치지 않으면서 역동적인 청춘을 담아내는 데 일조했고,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선사하며 2025년을 대표할 만한 곡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당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면, 국번 없이 109로 전화하여 24시간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HONORABLE MENTION

A.TRAIN feat. 단편선 'POVIDONE'

NMIXX 'Blue Valentine'

머쉬베놈 feat. 신빠람 이박사 '돌림판'

비프리 '네르갈'

시온 'celeste'

3. 주혜린 'Busy Boy'

2024년에 음악적으로 주목받은 신인 중 한 명인 주혜린의 2025년 EP [stereo]의 2번 트랙 'Busy Boy'는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팝 보컬과 유행을 타지 않는 정돈되면서도 과감한 일렉트로닉 편곡의 조합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얼핏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깔끔하고 비범한 프로덕션이 돋보이며, 어떤 일상적 순간이 문득 떠오르는 듯한 가사는 주혜린 특유의 그루브한 알앤비 팝 보컬과 어우러지며 곡의 분위기를 신선(fresh-)하게 유지시킵니다.

당장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며들듯 오래도록 사랑받을 법한 곡입니다. 2025년 후반에는 [Re-Make] 음반을 통해 본인의 주요곡을 밴드 세션과 함께 재해석한 작업이 있었는데, 'Busy Boy'의 새 버전 역시 매우 잘 뽑혔습니다. 원곡의 정밀한 일렉트로닉 편곡과 리메이크 버전의 밴드 사운드, 그리고 보컬의 차이를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2. 식케이 & Lil Moshpit feat. Bryan Chase, Okasian 'LOV3'

식케이 & 릴 모쉬핏(그루비룸 휘민)의 2025년 합작 앨범 [K-FLIP+]에 실린 곡 'LOV3'는 국내 힙합 씬에서 새로운 앤썸으로 거론될 정도로 압도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곡의 핵심은 단순한 샘플링을 넘어선 창조적 재해석에 있습니다. 한국인의 귀에 18년째 각인되어 있는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를 원곡의 감성적 멜로디는 살리면서도, 강렬하고 중독적인 레이지(rage) 풍의 비트로 완전히 재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앨범 전체에서 엿볼 수 있는 릴 모쉬핏의 뛰어난 프로듀싱 능력이 특히 돋보이는 순간이며, 그루비룸 시절에 쏟아냈던 명곡들에 비견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K-FLIP]과 'LOV3'는 2023년 이후 여러모로 대중과 접점이 적었던 국내 힙합 씬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키드밀리의 '25'를 통해 레이지 장르의 가능성을 엿봤던 리스너들에게 이 앨범은 그 스타일이 단순한 외국 트렌드 모방이 아닌, '본토에도 꿇리지 않는 사운드'로서 한국적으로 소화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샘플링 원곡마저 18년 만에 차트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게 해 준 'LOV3'의 성공은 세대를 초월하는 한국 힙합의 가능성을 보여준 2025년 가장 중요한 음악적 사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1. 제니 'like JENNIE'

제니의 정규 1집 [Ruby] 수록곡 'like JENNIE'는 2분 4초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케이팝 싱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곡입니다. 케이팝 걸그룹 블랙핑크 소속인 제니에게 대중들이 기대해 온 것은 세련되고 절제된 쿨함이었는데, 이 곡은 절제를 잃지 않으면서도 기대를 뒤집으며 폭발적인 장면들이 교차하는 전혀 다른 매력을 뽐냅니다. "Who wanna rock with JENNIE"라는 후렴구에서 반복적으로 이름을 연호하는 자신감 넘치는 가사, 프로듀서 Diplo가 압축해낸 에너제틱한 사운드 속에서, 제니는 블랙핑크 포함 자신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완결되고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한국어와 영어를 넘나드는 2절 랩 벌스입니다. "얼말 줘도 못해 서커스짓 / 포징 한 번에 만들어 mosh pit" 같은 타격감 있는 가사에서는 언어의 전환 자체가 리듬과 플로우의 일부가 되기에 기술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흠 잡을 데 없습니다. 덕분에 제니는 [Ruby]라는 빼어난 완성도의 글로벌 K-팝 앨범과 더불어, 2분으로 압축된 훌륭한 자기소개서를 갖게 되었습니다. 'like JENNIE'는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라, 케이팝 아티스트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적인 보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하나의 명확한 답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