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국내 음악 최고의 노래 10선 - 파트 1
10. ALLDAY PROJECT 'ONE MORE TIME'
올데이 프로젝트의 데뷔 더블 싱글 'FAMOUS'를 들으면서 느꼈던 건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대중성을 갖춘 세련된 혼성 케이팝 그룹"이라는 묘한 신선함이었습니다. 동시에 단 두 곡만으로 이 기획의 큰 그림과 팀의 장기적인 컨셉을 파악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했고, 과연 이 프로젝트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디스코그래피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 EP 발매 전 선공개된 'ONE MORE TIME'은 이 팀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적으로 갱신해 준 곡입니다. 클럽에서 울려 퍼질 법한 리듬감 넘치는 비트와 중독성 강한 훅 위에, 어딘가 아련한 감정선이 겹쳐지면서 소위 '케이팝 2세대'의 찬란했던 시절을 자연스럽게 소환한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트렌디한 댄스팝을 소화하는 올데이 프로젝트의 역량을 증명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FAMOUS'가 힙한 플렉스와 데뷔 선언에 가까운 자신감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ONE MORE TIME'은 보다 직접적인 대중성 속에서 팀의 감성과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확장하면서 제목 그대로 올데이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한 번 더" 기억할 이유를 만들어 줍니다. 그런 점에서 이 곡은 2025년의 국내 음악을 돌아볼 때,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케이팝 혼성 그룹의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이었기에 이 리스트에 올려 두기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9. SYSTEM SEOUL '너'
시스템 서울의 '너'는 2025년 국내 힙합을 관통한 키워드 중 하나인 '장르를 초월한 샘플링'을 단번에 설명해 주는 곡이면서, 동시에 가장 이질적인 지점에 있는 곡입니다. 동방 프로젝트의 BGM 'Native Faith'를 어레인지한 곡을 다시 통샘플링해 힙합 트랙으로 만든 이 곡은, 일본 동인 음악이라는 비교적 비주류의 소스를 가공했다는 점에서 눈에 띕니다.
몽환적이면서 서정적인 분위기,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디지털화된 소리 디자인은 디지코어라고 불리는 하이퍼팝 하위 장르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이모 랩 특유의 감정 과잉을 겹쳐 사이버 공간에 부유하는 듯한 연애 감정을 형상화합니다. 결과적으로 음악적 질감은 2000년대 초반의 공기를 떠올리게 하고, 그 위에 "서울"이라는 지역적 특징이 은근히 배어 나오는 식으로 세대와 지역 정체성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시스템 서울의 작업물 전반에 해당하는 무단 샘플링 이슈는 이 곡 역시 완전히 비켜가지 못하는 지점입니다. 다만 이들의 후속작 [SS-POP 2]의 몇몇 트랙처럼 원곡의 구조를 거의 그대로 복제한 느낌보다는, 샘플링이 단순한 차용을 넘어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장치로 기능한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외국 힙합에서 JPEGMAFIA & Danny Brown의 'Kingdom Hearts Key'가 일본 애니메이션 OST 샘플링을 통해 독특한 감성을 구축했다면, '너'는 비슷한 작법을 취하면서도 훨씬 더 내향적이고 구름 낀 정서를 향해 기울어져 있어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곡처럼 들립니다. 이 곡을 리스트에 포함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바로 그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된 독창성에 있을 것입니다.
8. 비비 '책방오빠 문학소녀'
2024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밤양갱'을 수록한 비비의 두 번째 정규 앨범 [EVE: ROMANCE]는 사랑이라는 흔한 주제를 택하면서도, 아티스트 특유의 도발적이면서 섬세한 시선으로 마감한 작품입니다. 그 안에서 '책방오빠 문학소녀'는 비비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순한 맛"에 속하는 곡이지만, 멜로디의 흐름이나 어딘가 짓궂은 표현들이 여전히 비비표 "매운 맛"을 잃지 않고 있어 한 앨범 안의 또다른 페르소나처럼 기능합니다.
청량한 리듬과 탁 트인 시티팝 스타일의 사운드, 힘을 빼고 맑은 보컬이 잘 어우러져 장르 팬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종이', '연필' 같은 문구류를 전면에 내세운 가사는 다분히 성적인 은유를 연상시키면서도, 실제로는 설렘과 농담 사이를 오가는 귀엽고 신선한 뉘앙스를 남깁니다.
앨범 전체를 들어 보면 다소 독자적인 바이럴 트랙처럼 느껴지는 '밤양갱'과 달리 '책방오빠 문학소녀'는 평범한 사랑 노래 모음집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던 서사를 한층 입체적으로 끌어올리며, 사랑의 설렘과 유머를 비비다운 방식으로 노래하는 곡입니다. 앨범과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함께 늘려 주는 노래라는 점에서 이 리스트에 올려둘 만한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 곡이라고 느낍니다.
7. 이찬혁 '멸종위기사랑'
이찬혁의 두 번째 정규 앨범 [EROS]는 2025년 국내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앨범 중 하나로, 전반적으로 극찬을 받으면서도 음악적 개성과 차용에 대한 논쟁을 일부 불러온 문제작이기도 합니다. 전작 [ERROR]에서 '파노라마'를 비롯한 몇몇 트랙이 특정 해외 아티스트들의 스타일을 깊게 참조하면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이질감을 남겼다면, [EROS] 역시 그런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멸종위기사랑'은 1980년대 레트로 신스팝과 가스펠을 결합한 편곡, 그리고 달콤하게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냉소적인 가사를 통해, 아티스트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것을 정면으로 돌파합니다. 사랑의 종말을 인류의 위기로 격상시켜 나란히 놓는 발칙한 상상력, 그리고 '사랑의 종말론'을 '사랑해, 정말로'로도 들리게 만드는 소소한 언어유희적인 장치들까지. 이 곡을 한 번 듣고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포인트는 여기저기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곡에서 이찬혁은 어떤 스타일을 차용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자신의 세계관과 서사로 흡수해 버리는, 즉 "이 정도로 깊이 있는 가사를 들려주기 위해서라면 어떤 양식이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만능형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냈다고 느꼈습니다.
6. Effie 'MAKGEOLLI BANGER'
에피는 2025년 상반기 EP [E], 하반기 EP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를 연달아 선보이며 하이퍼팝으로의 장르 전환을 단발적인 시도가 아닌, 일관된 방향성으로 증명해 낸 아티스트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준수한 완성도를 갖췄지만, 그 중에서도 최근작 EP에 수록된 'MAKGEOLLI BANGER'는 에피가 높은 곳까지 치고 올라가겠다는 포부를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냅니다. 프로듀서 킴제이가 설계한 세련되고 단단한 사운드 뼈대 위에서, 에피는 랩과 보컬을 유연하게 넘나들며 클럽 파티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댄서블한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이 곡을 밀어 올리는 힘은 스피커를 찢고 나올 듯이 휘몰아치는 강렬한 사운드에서 비롯되는데, 일부 리스너들은 이 과감함에서 2010년대 2NE1을 비롯한 케이팝 그룹들의 공격적인 음악들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얼핏 과잉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에너지는 에피의 자유분방한 목소리를 통해 흩어지지 않고, 정확히 폭발해야 할 지점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통제된 난장'으로 수렴하는 듯합니다. 그 점에서 이 곡은 에피의 여러 인상적인 트랙들 사이에서도 유독 또렷하게 기억되는, 2025년 최고의 노래 후보로 손색 없는 한 곡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