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신년 다짐
안정을 넘어 본질로: 블랙홀에서 빠져나와 북극성을 찾아서
2025년 말, 저는 1년 남짓 몸담았던 삼성SDS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직장이었겠지만, 저에게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마주하게 한 곳이었습니다.
왜 안정된 길을 멈추었는가
삼성SDS에서의 시간은 값진 경험이었지만, 제가 가진 ‘문제 해결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간극이 있었습니다. 저는 비즈니스 로직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일보다, 데이터 속에 숨겨진 최적의 해를 찾고, 복잡한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증명하는 일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왕복 3시간의 통근과 번아웃은 제 몸을 지치게 했지만, 더 무서웠던 것은 ‘하기 싫은 일을 피하는 태도’가 습관이 되어 제 성장의 동력을 갉아먹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연봉과 직함을 위해 저 자신을 태우기보다, 제가 가진 리서처로서의 정체성을 단단히 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커리어: Problem Solver
지금까지 저는 '개발자'라는 틀에 갇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제 커리어를 재정의하려고 합니다. 저는 코드와 수학을 도구 삼아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공학적으로 풀어내는 리서처가 되고 싶습니다. 정해진 스펙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불확실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제 ‘북극성’입니다.
이에 따라 2026년 하반기 시작을 목표로 준비 중인 석사 과정은 단순히 학위를 따는 과정이 아니라, AI/ML과 최적화 이론의 끝을 보기 위한 투자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 이중 트랙 전략
시간이 날 때마다 목록화해 보니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스스로가 ‘관심사의 블랙홀’에 빠져있음을 느낍니다. 이제는 서른이라는 나이에 걸맞게, 제 한정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려 합니다.
- 본업 (연구) - 무제한의 깊이: 이곳에서는 블랙홀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들 것입니다. 논문과 수식의 끝에서 저만의 독보적인 가치를 증명하고 싶습니다.
- 취미 (사이드 프로젝트) - 전략적 얕음: ‘포켓몬 AI 에이전트’ 같은 거창한 프로젝트는 잠시 내려놓고자 합니다. 대신 20%의 노력으로 80%의 즐거움을 얻는 'Time-boxing'을 통해 본업을 위한 휴식으로 활용하겠습니다.
- 기초 체력 - 타협 없는 기본: 삼성에서의 반성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체력과 태도도 실력'이라는 점입니다. 규칙적인 루틴 지키기와 운동은 제 연구 인생을 지탱할 가장 단단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마치며: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향한 경외심
역사상 최고의 비디오 게임으로 불리는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의 완벽한 설계와 철학을 보며, 10년간 게이머로 지내면서도 그런 게임을 해 보지 못했으며 5년간 개발자로 지내면서도 최고의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제가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먼지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 거리가 절망이 아닌 설렘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제야 제가 진짜로 서 있어야 할 트랙 위에 올라설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잘하고 싶은 것을 더 오래도록 해내기 위해, 2026년은 깊게 파야 할 곳과 잠시 멈춰야 할 곳을 명확히 구분하는 지혜로운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